화이트리스트(White List) 배제의 의미?
8월 2일 일본은 수출심사 우대국가 즉 화이트리스트(White List)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수출무역 관리령을 개정을 확정하였습니다. 화이트리스트는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품목의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나라들 목록입니다. 현재 일본은 27개국을 이 화이트리스트, 즉 백색국가 목록에 포함하고 있는데요.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건 한국이 처음입니다. 한국은 그동안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백색국가 목록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일본은 국가의 안보를 위해 적절한 수출 통제를 하기 위한 것이며, 한국의 수출 관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삼성, SK, LG 등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제외조치에 대응해 대책 마련이 필요했습니다.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일본 외 기업들로 공급체계를 강화하고 국내 기업의 소재와 장비를 확인하여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동시에 대책 회의를 통해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로 인해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품목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피해 규모와 대응 방안을 마련하였습니다.
불산수소 규제의 시작은?
일본은 이미 7월 4일부터 수출규제를 통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핵심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불화수소)' ,'에칭 가스' 등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 바 있습니다. 이들 핵심소재는 대일 의존도가 각 84~91%, 42~44%, 92~93%에 달하는 품목이라서 일본 기업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앞서 일본의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이후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 부분이 없었지만,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일본의 추가 조치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장기 플랜이 필요했습니다. 기업들은 빠르게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로 인한 수출규제 품목 중 대체 불가능한 것이 있는지 현재 파악하는 한편 2일부터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내림에 따라간 품목을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은 3가지 품목 외 1천200개에 달하는 수출 품목에 대해 일본 경제산업성의 사전수출 승인 절차를 받게 되었습니다.
"반도체 소재 국산화가 어려운 이유? 불산공장 환경규제 때문에 포기"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 3개 품목 중 하나인 불화수소를 한국에서 국산화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환경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는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환경 규제가 강화됐다"면서 불화수소 공장 건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언급된 사고는 지난 2012년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화공 업체 가스누출 사고이며, 이듬해에는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도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 이후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반대로 불산공장 건설에 차질이 빈번히 발생하였습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소재가 불산 누출 사고 이후 환경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또 그 이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소재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정부 지원 역시 미비했던 것으로 파악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국산화가 어려웠던 이유로 제품 평가 등에서의 어려움, 기술적 어려움, 높은 건설비와 개발비 등을 이유로 밝혔는데요.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후방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기술협력,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인재양성·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규제 품목인 포토 리지스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 소재 회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 지원에 소극적이고,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는 연구소가 없어 차세대 제품 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공동 개발 연구소가 있어야 초기 공정 개발과 함께 소재를 개발할 수 있어 특허 확보 등을 통해 기반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앞으로는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총괄 대응 추진체 구성이 필요하다"면서 "기업 차원의 일본 기업과의 공조 등 적극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7일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는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대응 방안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불산수소 국산화 테스트 완료, 일부 기업들은 생산공정에 적용중!
일본이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를 발표한 지 이제 100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반도체 공정 핵심소재인 불산액은 단 한 건도 수출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매달 일본에서 2천 톤 이상 들여오곤 했지만, 수출규제 이후 뚝 끊겼습니다. 하지만 핵심 소재 국산화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반도체 회로를 깎아내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꼭 필요한 고순도 불산액은 재고만으론 조업 중단까지 우려됐던 상황이지만 결국 국산화로 해법을 찾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규제 이전에 확보한 불산액을 아껴 쓴 덕에 아직 재고가 소진되지 않았고, 그 사이 국산화 작업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업체에서 만든 불산액이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이미 반도체 생산 공정에 투입되고 있으며, 새로 증설한 공장에서도 신제품을 생산해 역시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중국과 대만에서 수입한 고순도 불산액도 투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본이 아닌 대체품들에 대한 테스트도, 공정에 넣어보면서 계속 지금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현재 투입된 원재료가 반도체 완제품으로 만들어지는 석 달 정도가 지나면 완전한 성공 여부가 확인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반도체를 미리 사두려는 해외 IT 기업들의 수요 때문에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으로 평가됩니다.
불화수소 국산화를 시작한 이유는?
일본 정부가 액체 불화수소(식각액) 수출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에서 ‘국산화’ 소식이 들려오자 국내 반도체업계는 ‘한숨 돌렸다’는 반응입니다. 일본은 지난 8월부터 순차적으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기체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수출을 허가했지만 액체 불화수소 수출은 ‘서류 보완’ 등의 이유를 내세워 승인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국내 업계에선 액체 불화수소가 웨이퍼 식각(깎아내는 것)과 불순물 제거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일본이 ‘의도적으로’ 수출 승인을 미루는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액체 불화수소 수출 허가가 늦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산 제품 품질 테스트에 더욱 속도를 냈을 것”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핵심 소재 국산화의 발판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선 반도체 업계보다 빠른 속도로 액체 불화수소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초 액체 불화수소 일부 국산화 소식을 알렸으며 이달엔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액체 불화수소 100%를 국산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최근 국산 액체 불화수소 테스트를 끝내고 조만간 생산라인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불산? 그리고 불소? 뭐가 다를까?
불산(또는 불화수소산, hydrofluoric acid)은 불화수소(hydrogen fluoride)를 물에 녹인 액체를 말합니다. 경북 구미 사고로 누출된 불화수소가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화수소는 수소 원자 하나와 불소 원자 하나가 만나 만들어진 분자인데 끓는점이 낮아 액화되기 쉽다고 합니다. 불화수소는 물과 잘 섞이기 때문에 가스를 마시면 기관지와 폐 조직에 금방 흡수돼 불산이 된다고 합니다. 불산의 구성 원소 가운데 하나인 불소는 우리 귀에 익숙한데? 불소를 넣은 치약 때문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 및 LG디스플레이, 불산 국산화 성공 및 공정 투입
삼성디스플레이가 불산의 국산화 테스트를 완료하고 생산공정에 적용하였습니다. 하지만 공급선 다양화와 공급 업체의 재고 등의 이유로 전량 국산으로 대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불화수소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패널이나 회로를 원하는 모양으로 식각하거나 표면을 세정하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식각은 기체 형태의 불화수소와 액체 형태의 불화수소를 사용하는 것에 따라 건식과 습식으로 나뉩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국산 불산의 생산라인 적용은 지난 7월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핵심소재 3종에 대해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 이후 단행한 지 3개월 만입니다. 앞서 LG디스플레이 또한, 지난 달 초 불산의 테스트를 마치고 대형 OLED 패널 공정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삼성디스플레이의 국산 불산 생산라인 투입으로 일본산 소재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제조공정은 나노 수준의 반도체 공정보다 초고순도 불화수소가 필요한 부분이 적으며, 쓰이는 양도 반도체 공정에 비해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입니다. 반도체 회로 식각의 경우 순도 '99.9999999999'(트웰브 나인)급의 초고순도 불화수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SK, 램테크놀러지 불화수소 국산화 성공으로 "반도체 라인에 투입 시작"
SK하이닉스가 램테크놀러지와 공동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액체 불화수소(식각액)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업체 제품을 일부 반도체 생산라인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액체 불화수소는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깎고 불순물을 없애는 데 쓰이는 핵심 소재입니다. 액체 불화수소를 램테크놀러지에서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작한 지난 7월 이후 기체 불화수소 수출은 세 건 승인했지만, 액체 제품 수출은 아직 한 건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반도체기업의 핵심 소재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일 “지난 1일부터 일부 생산라인에 일본산 액체 불화수소 대신 국산 제품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액체 불화수소를 램테크놀러지에서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램테크놀러지는 2001년 10월 설립된 반도체 공정용 화학소재 전문 기업으로 중국산 원료를 수입해 재가공한 불화수소 제품과 자체 생산분 등을 모아 SK하이닉스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램테크놀러지의 액체 불화수소 공급 가능 물량은 연 7,000t 수준으로 SK하이닉스 전체 수요량의 절반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SK하이닉스와 램테크놀러지는 지난해 말부터 액체 불화수소 생산을 함께 준비했고, 지난달 최종 품질 시험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액화 불산 정재 기술을 가진 국내 업체 '솔브레인'
일본이 독점한 액화 불산의 수출규제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솔브레인은 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9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 국산화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솔브레인은 지난 4월부터 공주공장에서 액화 불산 정제공장 증설작업을 해왔는데 9월 말부터 불산에 대해 본격 생산이 가능해지며 가동에 들어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액화한 불산의 수출규제에 국산화가 이뤄져 불산 확보에 전전긍긍하던 한국 반도체 업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입니다. 솔브레인 공주공장은 6만 평 규모의 공장과 해외 5개국에 공장을, 연구원 등 3,000여 명이 종사하는 R&D 기업입니다.
불산화수소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반도체 핵심소재인 에칭 가스(불산화수소)가 형태에 따라서 액체는 불산으로 가스는 불화수소로 구분되게 되는데 솔브레인 공주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은 일본에서 규제하고 있는 액체 불산이 맞다”고 설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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